- 기자명 임종혁 변호사
- 입력 2020.11.25 14:02

임종혁 변호사
재건축조합에 있어 최고 의사결정기관은 조합원총회이고 이러한 조합원총회에 의하여 형성된 조합의 의사를 구체적으로 집행하는 것은 조합의 대표자인 조합장의 역할이다. 그만큼 조합장의 권한은 막강한 반면, 그 권한을 남용하고 전횡을 일삼기도 한다. 이처럼 소통을 외면한 조합장에게 조합원들이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조합원들이 조합장을 견제하는 법적 수단으로 도시정비법 위반이나 배임 횡령 등 혐의로 고발하거나, 총회결의 무효확인소송이나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 등이 있지만 역시 가장 강력한 방법은 조합장을 해임시키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장 해임과 관련된 많은 이슈 중 우선 해임 사유와 조합장의 소명 절차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도시정비법 제43조 제4항은 조합임원 해임 요건으로 별다른 사유를 명시하지 않고 “조합원 10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소집된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서 해임할 수 있다”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재건축조합 표준정관은 “임원이 직무유기 및 태만 또는 관계법령 및 이 정관에 위반하여 조합에 부당한 손해를 초래한 경우”를 해임 요건으로 정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조합 정관도 이와 같은 규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렇다면 해임을 추진하는 비대위에서 직무유기 및 태만 또는 관계법령 및 이 정관에 위반해 조합에 부당한 손해를 초래한 사례를 해임 사유로 명시하거나 입증해야 하는 것일까?
법원은 “임원이 직무유기 및 태만 또는 관계법령 및 이 정관에 위반해 조합에 부당한 손해를 초래한 경우”를 조합임원 해임 요건으로 정관에서 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주의적 규정에 불과하고 조합원들의 신뢰를 상실했다는 이유로 조합장 해임을 의결한 총회 결의를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대구지방법원 2014. 6. 19. 선고 2013가합7107 판결). 즉, 조합장 해임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거나 입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법원의 판단 근거는 ①도시정비법에서 해임사유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은 조합원 다수가 새로운 임원을 선출하기를 원하고 있음에도 해임이 곤란한 경우가 있었던 폐단을 없애고자 정관으로 해임사유를 제한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한 것으로 보이고, ②조합 임원들과 조합은 민법상 위임관계인데 민법에서는 자유로이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되 손해 발생시 이를 배상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③위임관계에서는 서로 간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시되어야 하기에 신뢰관계가 파탄되어 조합원 다수가 새로운 임원을 선출하기를 원할 때는 언제든지 기존 임원을 해임할 수 있도록 함이 바람직하다는 점 등이다.
그렇다면 해임 대상이 된 조합장에게 어떤 소명 절차를 부여해야 하는 것일까.
재건축조합 정관에서 조합임원 해임과 관련해 사전에 해당 임원에 대한 청문 등 소명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경우들이 있다. 따라서 해임대상자에게 사전에 소명기회를 주는 청문 절차를 별도로 진행한 이후에야 서면결의를 포함한 해임 찬반 투표를 진행할 수 있는지 쟁점이 되곤 한다.
이에 대해 법원은 “징계절차와 같이 해임 조합임원들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또한 이미 서면 출석한 조합원들로부터 서면 투표를 진행한 상태에서 임시총회 당일 총회에 참석해 소명하라는 통지를 했다고 하더라도, 총회 소집절차에 어떠한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구지방법원 2014.6.19.선고 2013가합7107 판결).
즉, 조합장을 해임하고자 하는 경우 사전 청문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해임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으며 총회 당일 참석해 소명하라는 통지면 충분하고 총회 이전에 서면으로 해임 찬성한 것도 유효한 것이다.
조합장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고 분쟁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적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 매 과정마다 각종 서식의 작성, 우편물 발송 등 디테일한 면까지 하나하나 전문적인 변호사와 상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해임까지 시도하는 경우 양측이 사력을 다해 법적공방을 벌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빈틈이 해임의 유·무효라는 커다란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필자가 재건축 추진을 검토하고 타 재건축 사례들을 살펴보며 느낀 것은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만악(萬惡)의 근원은 조합원의 무관심과 정보의 비대칭성이라는 점이다. 선출 단계부터 소통을 중시하고 투명한 재건축 추진 모델을 제시하는 조합장을 뽑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필자 소개>
임종혁 변호사는 재건축 끝판왕이라 불리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압구정 미성 재건축연구모임을 결성하고 현재 서울 강남구 압구정 제1구역 재건축추진위원회 위원으로서 직접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여러 재건축 이슈를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변호사로서 다양한 재건축 단지에서 발생하는 이슈에 대한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